땅과 바람과 물

개별존재 아닌 상호연관된 전체로서의 생명

색즉시공 2006. 2. 25. 12:48

태원리 : 개별존재 아닌 상호연관된 전체로서 생명

 

콘크리트 벽에의 틈에서 꽃이 피었다. 어딜가나 맘놓고 흙을 밟아 볼 수 있을까!한 연못에 물벌레, 개구리, 뱀이 함께 살고 있다. 태양 빛을 받아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성되며, 물벌레는 그것을 먹고 자라고, 개구리는 물벌레를 먹고 자라며, 뱀은 개구리를 먹고 자란다.

이때 개구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먹이인 물벌레는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개구리의 번식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 원인을 추적해 보면 개구리의 번식에 장애가 되는 뱀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뱀이 존재하는 것은 개구리를 위협하는 것이니 힘을 합해 뱀을 없앴다. 그래서 그 연못은 개구리의 세상이 되었고 이제 더 이상 두려움은 없어졌다.

그런데 정말로 뱀의 멸종으로 개구리의 행복은 보장될 수 있을까?

이 연못에는 개구리 5백 마리와 물벌레 10만 마리가 살고 있다. 개구리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물벌레의 수는 열 마리고, 물벌레는 하루에 1만 마리의 새끼를 친다. 계산해 보면 개구리 5백 마리가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물벌레는 5천 마리인 데 비해, 물벌레가 하루에 새끼 치는 양은 1만 마리다. 이럴 때는 개구리가 물벌레를 아무리 먹어도 물벌레는 줄어들지 않는다. 개구리가 보기에 그야말로 물벌레는 무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연못에는 물벌레와 개구리뿐만 아니라 뱀도 같이 살고 있다. 뱀은 주로 개구리를 먹고 산다. 개구리는, 뱀이 자신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종족번식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뱀을 다 죽여버렸다고 하자. 그러면 개구리의 숫자가 늘기 시작한다. 5백 마리였던 개구리가 6백 마리가 된다. 이때 개구리가 물벌레를 얼마나 먹을까? 6천 마리를 먹는다. 6백 마리였던 개구리가 한 달이 지나자 7백 마리가 되었다. 그래도 물벌레는 줄어들지 않는다. 다시 5개월이 지나자, 개구리가 1천1백 마리 되었다. 이때 개구리에게 필요한 물벌레의 양은 얼마일까? 하루에 1만1천 마리가 필요하다. 그러면 물벌레 1만 마리는 새로 생성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는데 1천 마리는 원래 있던 물벌레 10만 마리 중에서 더 먹어야 한다. 그러나 물벌레 10만 마리에서 물벌레 1천 마리를 빼도, 물벌레는 아직 9만9천 마리나 남아 있다. 이때 개구리가 물벌레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까? 개구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이 물벌레다. 그러니 물벌레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상상하기란 어렵다.

그때부터는 개구리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물벌레의 숫자는 차츰 줄어든다. 그런데도 개구리의 눈에는 여전히 자기의 먹이감인 물벌레는 무한할 정도로 충분하게 보인다.

만약 개구리가 2천 마리 되었다면 하루에 먹는 물벌레의 양은 2만 마리다. 그래도 물벌레 7만 마리가 남는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개구리의 숫자는 3천 마리까지 되었다. 이때 물벌레는 4만 마리가 남는다. 아직까지도 물벌레가 충분할까?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까지는 물벌레가 충분하다. 그러나 하룻밤 자고 나면 어떨까? 부족하다.

이렇게 개구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물벌레는 차츰 줄고 개구리는 늘어 '아차' 하고 개구리가 그 사실을 눈치채는 바로 그 순간 모든 식량은 바닥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먹는 것의 문제다.

돌아보면 뱀이란 것은 개구리에게 위해(危害)를 가하는 존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물벌레뿐 아니라 뱀마저도 개구리들을 존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이 생태계의 원리인 것이다.

오늘 우리가 이런 식으로 살면 모두에게 죽음을 초래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개구리처럼 물벌레가 무한정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위기가 온다고 경고해도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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