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

우울한가? 그럼 행동하라.[펌]

색즉시공 2009. 1. 22. 17:06

우울한가? 그럼 행동하라
[11기 10강]우울한 시대의 강인한 정신력 _ 조용범ㅣ임상심리학자
 

찬바람이 싸늘하게~옷깃을 스치면~
따스하다 ㅇㅇ호빵~몹시도 그리웁도다

호빵이 생각나는 겨울,
평화나눔아카데미도 계절과 함께 깊어지며
마지막 10강까지 달려왔습니다.

옆구리는 시린데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기는 싫은,
그래서 쉽게 우울에 빠지기 쉬운 겨울 길목에서
조용범 박사가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임상심리학자의 전문가적 시각과
사회구조의 고뇌를 응시하는 통찰력을 동시에 두루 갖춘
조용범 박사의 강의에 귀기울여 보시죠.





‘IMF
사태라는 용어의 함정

10
년 전, IMF 사태의 풍경을 기억하시나요.

아버지는 차가운 구조조정 바람에 회사를 그만 둬야 했고,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갔습니다. 이혼가정에 남겨진 자녀들의 상당수는 거리를 방황하거나 추락한 가난의 슬픔을 가슴에 묻고 자라야 했습니다.

 

조용범 박사는 'IMF 사태'라는 용어 속에 묻어야 했던 개인의 슬픔을 들추어 냅니다.

 

우리는 97년의 외환위기를 ‘IMF 사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일까요? IMF는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에 돈을 빌려준 펀드일 뿐이지, IMF가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범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부실한 재벌 구조로 인해 발생한 금융 위기가 정확한 표현이죠. ‘IMF 사태는 내부의 적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고도의 언어 전략입니다.”

 

만약 외환위기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았더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당신들이 정책 집행을 잘못했다. 국민을 담보로 잡아 외화를 차입 해놓고 우리에게 무슨 자격으로 금을 내놓으라고 하느냐고 따졌겠죠. IMF 사태라는 용어를 이용해 정책 집행자들과 언론이 아주 교묘하게 국면전환을 한 겁니다.

 

말의 조작은 우리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IMF 사태자체의 아픔은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일으킨 장본인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조용범 박사는 2008년에 97년과 같은 죽음의 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합니다. “97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살자의 숫자만 수만 명에 달합니다. 자살자의 유가족들이 입은 정신병리적 손해와 피해는 수십만 명에 달할 것입니다. 2008년엔 97년을 떠올리는 경제위기와 정책 결정자들의 의도적인 환율 조작, 게다가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벌인 광우병 쇠고기 협상 등이 또 다시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습니다.”

 

잘못된 경제 정책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이미 수많은 생명이 죽었다는 명확한 사실을 상기해봐야 합니다.”



 


깨어남을 방해하는 집단의 상처, 갈대 같은 마음

조용범 박사는 사람의 죽음을 되풀이하는 한국을 왜곡과 망상의 나라라고 이야기합니다.

 

집단의 거대한 망상 속에서 홀로 깨어있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용범 박사는 깨어남을 어렵게 만드는 집단의 상처, 5.18 광주 항쟁의 피해자 사례를 소개합니다.

 

내 이웃이 계엄군의 총구 앞에 쓰러지던 광주에서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 총을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군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끝내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고문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살하기 전 그들의 삶은 몰락 그 자체였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피해 의식 때문에 사람을 피하고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고문관으로부터 받은 폭력은 고스란히 그들의 자녀에게 되풀이 되었습니다. 5.18 유공자들의 자녀들은 지금 노래방 도우미가 되거나 사창가를 전전합니다.”

 

정의를 위해 희생한 대가가 이토록 가혹하니 우리나라에선 나서지 말라는 속담이 불문율처럼 되었는데요. 조용범 박사는 망상에서 깨어날 때의 느낌은 어둠 속에 던져졌을 때의 느낌과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국가의 거대한 망상에서 깨어나 진실을 들여다 보고 행동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으니까요.

 

조용범 박사는. “깨어남을 방해하는 것 중의 또 하나는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는 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이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나요? 제가 흥미로운 실험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조용범 박사가 귤 하나를 꺼내 듭니다. 정말 맛있게 생긴 귤입니다. 수강생 한 명에게 칼을 사용해 귤을 반으로 잘라줄 것을 주문합니다.

귤을 자를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귤이 무척 시다는 생각에 입에 침이 고였을 겁니다. 방금 전까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귤을 보면서 귤이 시다,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렇듯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는 건 굉장한 노력과 수련을 요하는 일이죠. 하물며 무수한 매체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마음을 단속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조용범 박사는 "망상에서 깨어날 때 반드시 슬픔이 동반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슬픈 시대에 혼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문합니다. 슬픔을 비관해 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하는걸 염려해서죠.

 

자살과 우울을 마케팅화하는 사회

조용범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자살의 마케팅이 더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 배우 자살이 잇따랐습니다. 언론은 24시간 자살 소식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데 바빴습니다. 모방 자살이 잇따랐습니다. 거대한 자살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최진실을 따라 모방자살을 한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자신도 최진실과 비슷한 우울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론과 미디어에서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했죠.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니까 자신도 죽으면 연예인처럼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는 심리가 작동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이런 매커니즘 속에서 자살할 사람들은 수없이 많아질 겁니다.”


 


그 와중에도 케이블 TV는 자살을 상품화해 시청률을 올리기에 급급하고, 자살 대책을 세운다며 수백억의 연구비용을 정부로부터 따내는 기관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는 문제와 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 함부로 자살을 해결하겠다는 호언장담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살의 마케팅화 속에서 자살의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몫입니다. 개인의 우울이 자살에 이르게 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자살을 만드는 사회구조에 대해서 지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용범 박사는 "자살의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
자살과 개인의 우울에는 국가 권력의 망상이 숨어있습니다. 누군가 자살하면 그 책임을 개인의 의지, 우울증으로 돌리곤 합니다. 케케묵은 전략이죠."

 

우울이라는 것은 최근 10년 전만 해도 사용하지 않던 단어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유행한 우울이라는 단어는 연간 120억 달러(한화 12조원)의 거대한 우울증 마케팅 시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다음은 우울증 진단을 내릴 때 병원이 여러분께 던지는 질문입니다.

요즘들어 부쩍 잠을 못 이루는 분이 계신가요? 식욕이 없고 성욕도 떨어지셨나요. 사람들과 자꾸만 멀어지고 싶고 문득문득 울고 싶을 때가 많아지셨나요? 그럼 여러분은 딱 걸렸습니다. 바로 우울증 진단을 받겠죠. 여러분의 우울은 시장의 판단에 좌지우지 되는지도 모릅니다."

 

"이 사실을 입증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엔 우울증 치료제를 한쪽엔 설탕물을 복용하게 한 실험인데요. 물론 둘다 우울증 치료제라고 속이고 시작합니다. 결과를 보면 설탕물만 복용해도 치료제의 70% 효과를 냅니다. 단지 마음의 차이일 뿐이죠."





우울의 처방은 사람의 온기
조용범 박사는 "우울을 우울이 아닌 슬픔이라고 부르자"고 이야기합니다.

"
슬픔은 독이 아니라 오히려 약이 됩니다. 깊은 슬픔을 느껴봐야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더 잘 느끼고 정화할 수 있습니다. 우울하다고만 하지 말고 슬픔을 안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으세요. 성찰의 힘으로 꺼져가는 나와 내 이웃의 생명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움츠리지 말고 이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과 따뜻한 체온을 나누세요. 주변의 누군가를 보고 ‘얘가 혹시 이러다 죽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세요. 위기에 처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주세요.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겁니다.”

 

"그리고 많이 우세요. 외치세요. 한 집안의 가장이라고, 남자라고 꿋꿋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에게 아픔을 표현하세요. 잘못된 정책을 만든 정부 책임자에게 적극적으로 책임을 물으세요. 언론의 방조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대응하세요.”

 

가까운 사람이 아파하면 그 사람의 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것 또한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그들 옆에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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