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술과 나

색즉시공 2009. 2. 23. 15:01

내가 생각해도 나는 술을 참 좋아한다.

혼자 마시든 누구와 함께 마시든 상관없이 좋다.

혼자 무슨 맛으로 술을 마시냐고 묻기도 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다.

혼자 마시면 부담이 없다. 따라 줄 일도 없고, 마시고 싶은대로 마시는 거다. 큰 컵에다 따르던, 작은 잔에 따르던 신경쓸 일이 아니다. 또한, 안주도 신경쓰지 않는다. 냉장고 뒤지면 안주거리가 쌓여있는데 뭘 고민하랴.

술 좋아하는 친구나 후배들을 만나면 각 1병씩 놓고 마신다.

떨어지면 또 시키면 될 일 아닌가?

사실 나는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성격이다. 일단 취하면 힘든 일은 잊고, 잠도 편하게 잘 수 있어서 좋다.

예전에는 새벽까지 마시고도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도 전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가끔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으니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마누라에게 불만은 술이 취했을 때 시비걸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취했는데도 할 얘기가 있다고 잠 못자게 하는 경우 그날은 누군가 박살이 나야한다.

지금이야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자주 그랬다.

술이 취해도 얼굴이 벌개지지 않으니 상대방이 모를 수도 있겠지만 취한 사람 붙잡고 따지는 일은 거의 고문이다. 방금 전에 한 말도 기억을 못하는 사람에게 뭘 따지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산 밑의 아파트여서 들어가는 길에 한 잔 하고 갈 술집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살 때는 단독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여서 그런지 다양한 술집들이 있어서 단골로 가는 까페를 둔 적이이 있었다. 두세시가 되어도 문을 닫지 않아 자주 들러 마시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문을 닫았길래 전화를 여러번하다 아쉽지만 그냥 택시타고 집에 와 떨어져 잤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일어났다.

마누라가 내 휴대전화를 뒤져보니 어딘가에 많은 전화를 했고, 알아보니 술집이더라.

까페마담한테 전화해서 다짜고짜 너 내 남편하고 무슨 관계냐고 따졌으니 상대방이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일년 중에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은 단식을 하거나 몸이 되게 불편한 경우이다.

그러나, 이제 술과 이별을 해야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몸이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중이다.

술과 세월앞에 장사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