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따뜻한글] '사각의 링' 눈물의 맹세
[따뜻한글] '사각의 링' 눈물의 맹세
지난 1월 서울에선 지인진 선수의 세계 타이틀 2차 방어전이 열렸다. 이날 본 경기에 앞서 열린 오픈 경기에서 눈에 띠는 한 선수가 있었다. 데뷔 전에서 2라운드 KO승을 거둔 진선관 선수(21)가 그 주인공. 그 날의 경기는 다른 선수를 대신해서 나갔지만 선관씨에게 그 날의 경기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고 거둔 값진 승리였기 때문. 그의 남다른 사연을 8일 방송된 MBC `사과나무`가 화면에 담았다.
방송에 따르면 선관씨는 천안 교도소에서 처음 권투를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8살, 강도 상해죄로 3년 형을 선고 받았다. 선관씨가 어두운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는 불우한 환경 때문.
3살 무렵 어머니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집을 나갔다. 밤무대 무명 가수였던 아버지는 홀로 선관씨를 키우며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IMF 때 실직한 아버지는 그 후 삶을 포기하고 술만 마셨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관씨는 아버지를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선관씨는 참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일주일 후 다시 집에 돌아온 선관씨는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평소 지병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노숙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위급한 상황이었다. 결국 그 사고로 아버지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후 선관씨는 계속된 방황 끝에 어두운 길로 들어섰다.
취객을 상대로 돈을 뺏고 아버지를 폭행했던 노숙자를 찾아 보복을 하기도 했다. 결국 선관씨는 강도 상해죄로 소년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 곳에서 뜻하지 않았던 만남이 선관씨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교도소에서 자신의 사재를 털어 무보수로 권투를 가르쳤던 최한기 감독(41)이 선관씨의 재능을 알아 본 것이다.
최 감독은 때론 엄하게, 때론 자상하게 가르치며 선관씨를 권투의 길로 이끌었다. 또한 출소 후에는 체육관을 소개해주며 계속 권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선관씨는 “감독님은 아버지나 마찬가지”라며 “‘내가 잘못되면 감독님이 들어가서 우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출소 후 현재 선관씨는 권투 외에도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쪼개 적금을 들었고 지난 달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인생에서 첫 걸음을 떼어놓은 것이다.
다시 시작한 삶이지만 그에게 못다 푼 한이 있다. 샌드백을 쉬지 않고 두드리고 거리를 숨이 차도록 뛰어도 풀리지 않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선관씨의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던 것이다. 선관씨는 새롭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랜만에 아버지의 묘를 찾았다.
아버지 앞에서 그는 고개를 떨구며 지난 세월을 반성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때 선관씨 앞에 또 다른 아버지가 나타났다. 최한기 감독이었다. 갑작스런 최 감독의 등장에 놀랐던 선관씨는 웃음이 번지더니 곧 울음으로 바뀌었다. 이를 본 최 감독은 “울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게 해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라며 선관씨를 나무랬다. 그때서야 선관씨는 다시 웃었다. 그는 두 아버지 앞에 맹세했다
“다시는 실수 하지 않고 제가 마음먹은 대로 권투로 성공해서 아버지가 못하신 만큼 제가 두 배로 세 배로 더 성공하겠습니다.”
현재 선관씨는 곧 열릴 신인왕전 우승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의 허리에 빛나는 챔피언 벨트가 채워질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