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수준을 줄인다
환경문제는 세계의 한쪽 면만 바라보고 편협된 사고를 통해 자기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작은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바로 우리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이 행로를 멈추지 않는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게 잘 사는 삶이라는 사고가 굳어져 계속해서 위험 신호음이 울려오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는다. 설령 자각한 몇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흐름에 밀려난다. 더욱이 '나 하나 이렇게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대다수의 물결 속에 무력하게 묻히게 된다.
현재 지구에 있는 화석연료의 양은 유한한데 소비량은 차츰 늘어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고갈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핵에너지는 화석연료처럼 고갈되지는 않지만 쓰고 난 뒤에 핵폐기물의 처리는 수만 년 동안 골칫거리로 남는다. 지금 당장은 여기 저기 숨기면 되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발을 들여놓을 자리도 없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고치지 않으면 시간의 문제일 뿐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종말이라는 결과로 갈 수밖에 없다.
60억 지구 인구 가운데 10억 정도만이 우리와 같은 소비수준으로 살고 있으며, 나머지 50억은 우리의 1/10, 1/100도 못 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사람들도 모두 우리와 같이 풍요로운 삶을 원한다는 점이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좋다고 우리가 선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도 잘 살려고 할 것이고, 자연을 파괴하더라도 너도 나도 앞다투어 기술개발과 소비증대를 달성하려고 애를 쓸 것이며 결국 인류는 절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해결의 실마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지구에 불어닥친 위험은 스스로 만든 것이며, 따라서 막을 방법도 우리 스스로의 손에 달려 있다. 다만 문제는 여기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했다 하더라도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향을 멈추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지구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환경문제를 사전에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첫째는 소비수준을 줄여야 한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현재의 소비수준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은 자기만 해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까지도 해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도 잘 되지 않는다.
마치 담배 피우는 것이 건강에 나쁜 줄 알아도, 습관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류에게 위기라는 말이 어디 한두 번이었는가. 어제도 괜찮았고 오늘도 별 문제없기 때문에 내일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 혼자 이러한 소비사회에서 벗어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수준을 줄이고 살아가는 인생이 행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누구나 그 삶을 닮아가고 싶어한다. 억지로 욕구를 참으면서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개인에게 실제로 행복이고 즐거움이며 편안함으로 느껴야 한다. 욕구를 절제하거나 소비수준을 줄이는 것이 자신에게 진정 행복을 주는 것이라는 가치관으로 사고가 완전히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는 인구문제다. 각자 소비수준을 중지하더라도 모두 자기 아이만 고집하면서 인구를 늘린다면, 유한한 지구 상에서 식량부족과 자연고갈의 현상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