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잊지 못할 일

한국전쟁시 민간인 학살

색즉시공 2006. 2. 28. 20:58

민간인학살사건 '처음확인' 보도는 '오보'

 

이미 확인됐거나 언론 통해 알려진 사실... "언론의 민간인학살 사건 무관심 드러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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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상(djsim) 기자   

 

▲ 지난 2002년 범국민위에서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민간인학살 지도. 당시 지도에는 학살이 자행된 지역이 총 94곳이었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은 700여곳으로 늘었다.

ⓒ 범국민위

 

지난 26일과 27일 언론은 6·25 전쟁중에 충남 아산과 강화 등지에서 군·경찰 등에 의

해 수백여명의 민간인이 집단학살됐다는 사실이 정부 공식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일제히 보도됐다. 하지만 관련 보도 중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SBS는 지난 26일과 27일 보도를 통해 "(6·25 전쟁중) 경찰에 의한 민간인 집단 학살이 정부 문건으로 공식 확인된 것은 거창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충청지역에서 발행되는 지방일간지인 <충청투데이>는 "대전·충남지역에서는 대전 산내동 골령골에서 수천명이 집단처형된 사건이 있었지만 충남지역의 민간인 학살 사실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보도가 왜 오보일까?

일부언론의 보도가 오보인 이유

우선 SBS보도와는 달리 정부문서를 통해 한국 전쟁기간 중 민간인학살이 이루어졌음이 확인된 것은 거창사건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이는 <오마이뉴스> 보도 내용을 간추리더라도 쉽게 확인된다. 지난 2001년 6월에는 <경남도민일보>와 <부산일보> 등에 의해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원 학살을 비롯한 국군의 양민학살 사건과 관련 1960년 국회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현지 증언청취 속기록과 피살자신고서철(피해자 명부)이 국회 문서고에서 발견됐다. 자료량만도 약 7000여쪽에 달한다.

지난 2001년 11월에는 전갑길 민주당 의원에 의해 한국전쟁 당시 경산시 평산동 폐코발트 광산에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산지역 민간인 희생자 356명의 명단이 40년만에 발견됐다. 제4대 국회(제35회)가 펴낸 '양민학살사건진상보고서' 중 일부로 자료량은 403쪽에 이른다.

지난 2003년 10월에는 <광주CBS>가 전라남도경찰청과 완도경찰서가 지난 93년 9월 10일 당시 완도군의회 유귀석 의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국군이 인민군으로 위장해 민간인을 총살한 사실을 공식 문서로 통보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충남지역의 민간인 학살 사실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다'는 <충청투데이>의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

대전충남지역에서 최근 5년여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사건이 제기되거나 확인된 것은 모두 51건(전국 700건)에 이른다. 이중 대부분이 충남지역 관련이다. 10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충남 공주의 경우에는 유해 일부가 발굴되기도 했다.

또 국가기록원이 최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기록물을 조사해 추가로 밝혔다는 사건 대부분이 이미 민간단체와 여러 경로로 공론화된 사건들이다.

범국민위원회 자체조사 700건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충남 아산 배방리 사건의 경우 법무부 장관이 1951년 7월 21일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좌익분자 급 동 가족 살해사건 발생에 관한 건(左翼分子 及 同 家族 殺害事件 發生에 關한 件)'에는 충남 아산군 배방지서 순경이 1951년 1월 6일 향토방위대장과 공모해 좌익분자와 그 가족 183명을 전원 총살하고 사체를 부근 금광에 유기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찰과 우익청년단이 1951년 1·4 서울 후퇴 직후 경찰과 우익청년단이 도민증을 준다고 부역혐의자의 가족을 모두 면사무소로 나오게 해 근처 창고에 가둔 후 300여명을 학살했고 주로 노인, 부녀자, 아기 등의 가족이 몰살당한 경우가 많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지난 2004년 5월 MBC PD수첩이 당시 목격자 등의 증언과 함께 보도하기도 했다.

국가기록원은 사설단체인 '해병특공대' 조직원 등이 1951년 1월 상순 경 강화도 교동 주민 212명을 부역자라는 이유로 총살한 사건을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에게 1951년 8월 30일 보고한 '검찰사무 보고에 관한 건'도 이번에 발견됐다.

이 건 또한 이미 2004년에 발간된 최태육의 'killing in no man's land' 등에 강화향토방위특공대, 교동해군특별공격대, 국민방위군 소속 청년들(17~45세)에 의해 교동 전역에서 학살이 벌어졌다고 밝힌 것이다 .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 당시 피학살자 대부분이 부녀자와 노인, 아이들이었고 일제 말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됐던 가족이 포함되기도 했다.

전북 고창군 무장면에서 주민 60여명을 총살한 기록물도 전북 의회에서 1994년 발간한 '6·25 양민학살 진상실태조사보고서'에 수록된 고창군 무장면 월림리 용전 마을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의 '기록물 보존실태 조사'가 반갑고도 아쉬운 이유

물론 국가기록원이 주요 기록물 보존실태 조사를 통해 밝힌 자료는 그동안 유족과 주민들의 증언 등으로 윤곽만이 알려져 온 사실에 비춰볼 때 매우 유용한 자료들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이번 자료의 의미를 '정부 문건으로 공식 확인된 것은 거창사건 이후 처음' '충남지역에서 처음확인'이라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민간인학살 사건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읽히고 있다.

정부의 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한 때늦은 '기록물 보존실태 조사'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행정자치부 등은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봇물처럼 제기된 관련자료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대해 '관련자료가 없다'며 비공개로 일관해 왔다.

한편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는 지난 해 말 전국에서 벌여진 671건의 전쟁전후 민간인 학살사건을 정리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실태보고서>를 내놓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인천, 경기 113건, 강원도 30건, 충북 42건, 대전충남 51건, 대구경북 91건, 부산울산경남 102건, 전북 61건, 광주전남(제주도 포함) 180건, 기타 1건 등이다.

이 보고서는 도서출판 한울에서 양장본으로 제작해 5만원에 판매되며, 범국민위를 통해 반양장본(정가 4만원)을 구입할 수 있다.(문의 02-773-5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