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남송동에 사는 한홍섭(50대 여성)씨는 시장 안에서 신발 장사를 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올해 대학 졸업반이 되는 딸과 중학생 아들을 혼자 뒷바라지한다. 하도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작년 말에는 평성까지 ‘달리기 장사’를 했다. 50만원을 들고 가 신발을 싸게 사와 보름 만에 다 팔았더니 10만원의 이윤이 남았다. 한씨는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평성에 가봤다. 평성 시장 신발매장에 갔더니 남송 장마당 통째만한 크기여서 너무 놀랐다. 그렇게 크고 넓은 매장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평성으로 ‘달리기 장사’한 소감을 말했다.
한씨는 “내가 몸도 아프고, 달리기를 하면 기름 값이다 뭐다 복잡해서 안하려고 했다. 그래도 식구들 먹여 살리고, 딸 대학은 졸업시켜야겠기에 나섰다”고 했다. 남편더러 달리기 장사를 해달라고 하면 안 되겠냐고 하니 당장 정색한다. “여자들은 로비(경비)를 절약하느라 500원도 아껴서 몇 끼씩 굶으면서 갔다 온다. 그런데 남자들은 한 번 길 떠나면 술, 안주, 담배 값을 못 당해낸다. 더욱이 돈을 많이 차고 다니니깐 여자들이 어떻게든 따라붙는다. 딴 여자 만나 바람이 나면 재산이고 남편이고 다 망쳐 먹게 되니까 고달파도 내가 달린다”고 했다. 그는 “(밖에) 나다니는 남편들 치고 길에서 바람 안 피는 사람이 없다. 생활이 어려우니까 도처에 여자들이 돈 있어 보이는 남자들을 따라다닌다. 그런 꼴 당하느니 그냥 내가 고생하고 만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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