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4박 5일 봉하방문기 - 3부 끝

색즉시공 2009. 9. 9. 11:57

민박집에서 넓은 방은 혼자서 쓰니 좋기는 하지만 넘 허전하다.

평일에 묵는 사람도 나 혼자인지라 넘 조용하기만...

늘 하던대로 5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볼 일 보고 나서니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개새끼가 먼저 짖는다.

어제 마신 맥주값이 3천원인데 잔돈은 있지만 열쇠와 함께 5천원을 마루에 놓고 나오다.

안개가 자욱한 섬진강이 참 좋더군요.

 

 

아침을 해결해야 하기에 열씨미 고고씽

드디어 구례와 화엄사에 대한 이정표가 나오고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즐비하다.

그중 한군데에서 재첩국으로 가볍게 아침을 먹다.

 

 

뭘 하면 된다는 것인지...ㅋㅋ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니 섬진강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는데 건너기 전은 순천이고, 건너면 구례이다.

 

구례 입구에서 찍었습니다. 드디어 지리산을 만납니다. 

구례시내를 막 벗어나 화엄사 가는 중에...

 

화엄사가는 길은 약간의 경사가 계속됩니다.

쉬운 듯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의 거리가 거의 7km나 되기에 나중엔 엄청 힘듭니다.

 

화엄사 가는 중간에 지리산 관리사무소 마당에서... 저 멀리 노고단이 보입니다.

 

 

 

 

 

 

88년에 친구와 둘이 지리산에 갔을 땐 화엄사 앞에까지 텐트를 칠 수 있었고 가게들이 즐비했었죠.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올라왔으니 행복한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오리가심을 느낄 수 있을만한 환상의 내리막길이더군요.ㅋㅋ 

 

 

잠시 이별했던 섬진강을 만나고, 지리산을 끼고 함께 가는 길은 좋기도 했지만 마음도 아팠습니다.

현대사의 아픔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 섬진강이고, 지리산이기 때문이죠.

지금까지의 여정이 그랬습니다.

호남평야에서 이루어졌던 일본놈들의 강도짓을 생각했고, 지금 지리산과 섬진강을 마주하니 마치 제가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내내 그런 생각들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전거는 계속 갑니다.

중간에 피아골 들어가는 이정표가 있었으나 마음만 댕겨왔습니다.

 

화개장터에 도착. 

 

 

 최참판댁이랍니다. 동네를 옛날식으로 꾸몄더군요. 입장료 거금 천원

 

참판네 집에서 본 악양들녘과 섬진강 

점심은 재첩국과 멍게비빔밥. 반찬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빈그릇운동을 제대로 실천함)

11시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침이 워낙 부실해서인지 배가 고파 다리가 후덜덜...

밖에서 잠깐 눈을 붙이려니 센스있는 쥔 아짐씨가 음악을 꺼주더군요. 서울만 같았어도 함 만나자고 해볼건디...ㅋㅋ

참, 최참판네 집에 가려면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쎄빠지게 올라가는데 입장료내라는 소리에 멈추긴 했지만 속으론 욕을 바가지로 했습니다. 아 쓰벌, 돈받는 곳을 저 밑에 해놓을 일이지 중간에 이게 뭐여!

 

저 멀리 왼쪽으로 최참판네 집이 어렴풋이 보입니다.-착한 사람만...  

악양 들녘에서 맞은 편을 보고... 

 

하동포구 

드디어 남해바다를 만납니다.

 

남해대교위에서 광양을 보고... 

남해대교. 큰 차들이 지나갈 때는 무서워 혼났습니다. 마치 다리가 무너질듯한 느낌... 후덜덜.

 

남해까지 몇번의 고갯길을 만났으나 무사히 남해에 도착하였습니다.

지리산을 끼고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구례와 하동의 구간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했다니...

원래 계획은 통영까지 가려고 했으나 신체의 특정부위가 넘 아파 포기하고 마산까지 점프합니다.

마산에 도착하여 일단 바닷가쪽으로 가는 길을 물어 간 곳이 마산어시장 근처였습니다.

조용한 곳에 잠자리를 정하고 이뿌게 세수도 하고 저녁먹으러 나왔습니다.

오는 중에 복요리 골목을 봐둔 기억이 나서 오늘 저녁은 당근 복입니다.

 

 

복수육입니다. 매콤한 복불고기를 생각했으나 이 동네는 그런 요리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마산항 밤 풍경 

 

맛있게 잘 자고 아침에 봉하로 출발합니다. 

시원한 복국입니다 .

 

마산은 길을 잘 몰라 도로번호만 보고 찾아가는데 수도권처럼 표지판이 많지 않더군요.

빙글빙글 돌아 물어 물어 원하는 도로 14번을 찾아 고고씽,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화물차들은 옆을 씽씽 달리지 경치좋은 곳도 별로 없구요.

가다보니 드디어 진영!

조금 더 가니 노무현대통령생가 5.7km. 친정엄마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계속 가니 49재때 걷던 길이더군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봉하마을 가는 길이 나오고...

봉하에 9시 조금 넘어 도착.

 

 

 

자전거 둘러메고 올라갔죠. 

 

 

김해로 들어와 점심먹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총 500km가 넘는 길을 4박 5일 동안 다녔다고 하면 "그정도야 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힘들게 다녔습니다.

특별하게 의미를 두고 간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가는 길을 정한 것은 사실입니다.

호남평야를 거쳐 임실, 순창, 남원, 곡성, 순천, 구례, 하동, 남해, 김해까지(통영을 꼭 가보고 싶었으나 못간것이 아쉽습니다)

광주를 거쳐 가는 것도 생각했으나 너무 범위가 넓어지면 힘들 것같아 뺐습니다.

얼굴이 시커멓게 타는 바람에 보는 사람마다 물어보더군요.

고글안경낀 자리만 빼곤 보기 좋게 탔거든요.

궁금하시면 담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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