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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의 사형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 편지를 내기도 했던 고씨는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유씨를 양자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씨가 자신을 교화시키려고 애쓰고 있는 조성애 수녀에게 보낸) 편지를 살펴보니 나름대로 인간성이나 문학적 소질, 재능도 있더라”며 “이런 것을 봤을 때, 내 아들을 죽였어도 하느님의 뜻으로 생각하고 양자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고씨는 또 “사형제가 유지되든 폐지되든 유영철은 그 제한된 장소에서 평생을 보내야 할텐데, 동정이 가는 것은 그가 남겼다는 자녀 둘”이라며 “유영철이 허락하고 상황이 된다면 내 친손자, 손녀처럼 돌봐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애들이 평생 아빠를 그리워할 테니 내가 사는 동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유씨는 아들과 딸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이런 뜻을 조 수녀한테 전했고, 조 수녀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유씨에게 이런 사실을 곧 전달할 계획이다. 조 수녀는 “외국은 피해자 가족을 정서적으로 돕는 기반이 잘 돼 있지만 우리는 피해자 가족과 접촉하기도 어렵다”며 “고씨의 말을 듣고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10월 노모와 부인, 아들을 유씨의 손에 잃은 고씨는 사건을 당한 뒤 괴로워하다 유씨를 용서하기로 마음 먹고, 유씨의 재판 과정에 탄원 편지를 낸 바 있다. 고씨는 지난 설날 유씨에게 영치금을 넣어달라며 조 수녀에게 금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씨의 마음을 전해들은 유씨는 2월 조 수녀에게 보낸 참회 편지에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정원님처럼 사랑의 끝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주시는 분도 계시기에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분과 인연을 맺고 계시다니 나중에라도 이 못난 사람의 글 좀 전해 주십시오.
너무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놀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감동이 앞섭니다.” 박용현 이순혁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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