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전문대학원 ‘부자들만의 잔치’
올해 한 국립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신입생이 된 이아무개(30·여)씨. 그는 전문대학원 준비학원에 다닐 때 주변에 가난한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1년 학비와 생활비가 최소 2천만원, 많게는 3천만원이 드는데, 그만한 지원을 받기 힘든 사람은 엄두도 못 낸다”며 그는 “준비생들 대부분이 돈 있는 집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준비생들은 학원비로만 매달 60만~8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쓴다. 전문대학원 입학 준비 기간이 1~2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700만~2천만원 이상이 학원비로 들어가는 셈이다.
한 사립 치전문대학원 2년생 김아무개(27)씨는 학비와 생활비에 등골이 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그는 벌써 2천만여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앞으로도 학기당 1천만원 정도씩 빌려야 하는데 연 7%가 넘는 이자를 어떻게 갚을지도 걱정”이라며 그는 한숨을 토했다.
지난해 한 대학 치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백아무개(30)씨는 “입학 전까지는 등록금이 이 정도로 비쌀 줄은 몰랐다”고 했다. 졸업을 하려면 1억원 이상 빚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같은 과 학생들 가운데 벌써 20여명이 대출을 받았다. “내 주변엔 돈 때문에 전문대학원 준비를 포기한 이들도 많다”며 그는 “이런 식이라면 부자밖에 못 들어온다”고 한탄했다.
의사되려면 학비만 1억2천만~1억3천만원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에게도 진입장벽
중산층도 감당 못할 학비=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 등록금이 사립대의 경우 2천만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국립대도 1천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들이 등록금을 턱없이 올림으로써 중산층 및 저소득층 학생을 밀어내는 진입장벽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취재진의 확인 결과, 올해 전국 9개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신입생의 1년치 등록금은 평균 1363만6천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 치의학전문대학원도 평균 1276만원에 이른다. 의전문대학원은 가천의대가 1842만원, 치전문대학원은 경희대가 179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사립대 이공계를 졸업해 사립 전문대학원을 다닌다면 어림잡아도 대학 4년 3천여만원(올해 ㄱ대 자연·공학계열 730만~850만여원), 전문대학원 4년 7천만여원 등 등록금만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여기에 전문대학원 준비기간 1~2년 동안의 학원비 1천만여원, 전문대학원 4년 동안 책값·실습비도 1천만원 이상 들어간다. 한 사람이 의사(의과학자·의공학자)가 되기까지 생활비 등을 빼고도 학비만 족히 1억2천~1억3천만원 이상 드는 셈이다.
일반 대학원보다 갑절 비싸=올해 전국 9개 의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신입생의 연 등록금은 평균 1363만6천원으로, 기존 의대 본과생의 평균 등록금 731만1천원의 갑절에 이르렀다. 의·치대 다음으로 등록금이 높은 같은 대학 공대 대학원(633만원)과 견주어도 2.2배나 비싸다. 이들 의대에 설치돼 있는 기존 의학대학원의 등록금(868만원)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높은 액수다.
치전문대학원도 서울대 등 6개 대학의 올해 신입생 등록금은 평균 1276만원으로, 치대 본과생 637만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특히 공대 대학원생과 학부생의 등록금은 큰 차이 없이 책정<표 참조>돼 있는 반면, 이들 전문대학원생과 학부 본과생의 등록금 격차는 두 배에 이른다는 점에서, 전문대학원들이 고액 등록금 책정 근거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액 책정 근거 있나”=의·치의학전문대학원들은 학부 본과 체제에 비해 달라진 교육과정과, 교수 채용 및 실험실습 기자재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한 사립대 전문대학원 학생회장(29)은 “교육내용은 다른 게 거의 없다. 교수도 별로 안 늘었고 실습 횟수는 외려 줄었다”며 대학들이 등록금 책정 근거와 사용내역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교수 등 교직원 인건비 100%와 시설비·시설유지비·공과금 등 학교 운영비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 쪽이 말하는 고액 등록금 책정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등록금 쓰임새에 대한 불신도 크다. 한 사립대 전문대학원은 학생들한테 받은 등록금으로 행정실 직원, 병원 직원·간호사들의 월급을 주고, 심지어 병원 적자를 메우는 데도 썼다.
더욱이 의·치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대학은 교육부에서 교육과정 개발비와 실험실습장비비 등으로 7억원씩 지원받았다.
중산층·저소득층은 꿈꾸지 말라?=박정원 교수노조 기획정책실장은 전문대학원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제도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접근을 가로막는 제도라고 단언했다. 국가가 모든 교육비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중·저소득층엔 교육기회를 막고 고소득층엔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통로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국회 교육위)은 “1년에 2천만원을 벌지 못하는 가구도 많은데, 등록금으로만 2천만원 가까운 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냐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등록금 책정은 대학 총(학)장의 소관인 만큼 해당 대학이 등록금 고액화에 따른 양극화 유발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며 정부가 등록금 책정에 관여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한겨레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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