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모든 민족은 저마다 고유한 창법을 가지고 있다. 서양 음악에서 가곡이나 오페라의 발성법과, 우리 전통 음악에서 가곡이나 판소리나 범패의 발성법은 서로 사뭇 다르다. 서양 음악의 가곡이나 오페라
발성법에서는, 이른바 벨칸토 창법이라 하여, 목을 둥글게 열고, 머리와 가슴이 울리게 하고, 배에서 숨을 올려 내는 맑은 소리를 으뜸으로 친다.
판소리의 발성법은, 내는 소리가 통성이라 하여, 배에서 숨을 올려 지르는 것임에서는 서양 발성법과 같으나, 목을 다스려서 약간 거칠고 텁텁한
소리를 질러 내며, 코의 울림보다는 입과 가슴의 울림에 더 힘쓰는 점이 다르다. 음질은 가객에 따라 달라서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서
껄껄한 수리성, 단단한 철성, 밝고 맑은 천구성을 좋게 치나, 되바라진 양성, 발발 떠는 발발성, 콧소리가 나는 비성 따위는 좋지 않은 것으로
친다.
판소리의 발성법을 수련하여 득음의 경지에 이르기는 매우 어렵다. 옛날에는 흔히 깊은 산이나 폭포 밑이나 땅굴 속에서 여러 해 동안에 걸쳐 목에서 피가 나도록 소리를 질러서 수련을 했다. 이렇게 수련을 하다가 목이 상해서 좌절되고 마는 일도 있지만, 그 고비를 넘겨 목이 트이면 좋은 목을 얻게 되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 닦은 목이라야 여러 시간에 걸쳐 판소리를 해도 목이 막히는 일이 없다.
서양 음악의 발성법으로 부르는 서양 노래는 시작하는 대로 곧 좋은 소리가 나지만, 판소리의 발성법으로 익힌 판소리는 소리를 시작하여 삼십분이나 한 시간쯤이 지나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게 된다.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여섯 시간이나 걸리는 판소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만고강산>, <진국명산> 따위의, 보통 빠르고 평이한 목으로 부르는 단가를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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