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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철수]대추리 떠나면 죽을 목숨임을 알기에

색즉시공 2006. 3. 28. 08:23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대추리에서 걸어서 한나절 걸어 오가며 논을 일구다 한평생을 늙으신 할머니가 계신다. 며느리가 논과 집까지 다 팔아 돈까지 찾아갔다. 마을을 배신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노인정에도, 매일 나가던 촛불집회도 나가지 못한다. 혼자 생각에 외톨이가 되었다. 기가 죽은 얼굴이시다.

주민들은 할머니의 사정을 다 알고 있다. 나무라기는커녕 위로한다. “저 할머니가 여기를 떠나면 이내 돌아가신다.” 주민들의 걱정이다. 다 팔아 마을을 떠난 할아버지가 계신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닭장 속에 못살겠다고 살던 곳에 날마다 와서 온 종일 서성거리다 사라진다.

지난 3차 평화대행진, “피땀 흘려 일군 거룩한 땅이다. 더러운 미군은 감히 들어오지 마라!”(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생색내기와 전쟁협박은 그만해라!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킨다!”(대한 불교 조계종 인천 불교회관) “주민동의 없는 강제적 토지수용반대! 미군기지 막아내고 생존권을 사수하자!”(노동자의 힘) 여기저기 붙어있는 구호들이다.

용역깡패, 전경을 동원하는 정부 앞에 크게 실망한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몸에 피가 마른다. 겁에 질린 얼굴들을 본다. 신발 끈을 바로 맨다. 주민과 끝까지 함께하리라. 그게 바로 행복이다. “휘발유를 길에 뿌리자. 미리 뿌려야 바닥에 스미지.” 답답한 가슴에서 나온 주민의 절규다.
 

경찰은 우리 모두의 진을 빼고서야 작전을 개시한다. 불안, 초조를 풍물소리가 가라앉힌다. 잡히면 체포, 구속되겠지. 다짐 끝에 초조한 마음은 가라앉는다. 주민의 정당성도 그때 드러나리라. 권력자들은 그때 부끄러우리라.

트랙터의 발목을 묶으려 굴착기는 논에 웅덩이를 길게 깊게 판다. 논길을 끊는다. 제 자신이 묻힐 구덩이를 판다. 트랙터는 주민이고 굴착기는 정부다. “모두를 뒤 엎는 지진이나 났으면 좋겠다.” 절규다. “기자들은 날아다니는 새와 같다. 얄미운 사람들. 예뻤다 미웠다.” 원망이다.

굴착기가 바쁘게 삽질한다. 어머니의 속살이 드러난다. 드러난 속살은 갯벌이다. 남편도 자식도 죽어 여기에 묻혔다. 나도 이곳에 묻히겠다. 우리를 묻어 죽여라. 한 참 바빠야 할 이 봄철에 이 무슨 재앙인가! 하세월의 고난이 한 눈에 보인다. 회색과 갈색의 논흙은 주민들의 그 큰 고생이 보인다.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는지 말하고 있다.

벌떼처럼 달라붙는 바람에 굴착기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화가 났다. 닥치는 대로 뜯어내 승합차에 처넣는다. 6,70대 할머니들은 모두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 연행을 막는 주민들(할머니) 젖가슴이 열렸다. 부끄러움도 없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짐승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이 인간들아!”

야수의 만행에 등뼈가, 팔목이 부러졌다. 무릎의 인대가 끊어졌다. “대추리 항쟁”이었다. 한편 회유에 말려 협의 매수를 했지만 애초의 약속과는 딴판이다. 뼈는 멀쩡하지만 가슴이 부서져 앓고 있다.

나무에 물이 올라온다. 땅도 촉촉해져 씨앗을 기다린다. 한 쪽은 논을 부수고 또 한 쪽은 논갈이를 한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삶을, 목숨을 파헤친다. 농민 죽이고 땅 죽이고 전쟁으로 뭍사람을 죽이는 기도다. 이 자연을, 봄을 빼앗는 저 나쁜 놈들! 흙을 뿌려, 먹던 밥을 뿌려, 국을 뿌려, 지피던 불을 뿌려 대항한다.

“싸우려면 팔아먹지 말아야지.” 치욕감을 느껴야 할 조 형사(평택 경찰서)가 뱉은 말이다. 그리고는 꼬리가 빠지도록 줄행랑을 친다. 주민들은 아직도 땅을 빼앗기지 않았다. 아직은 점유하고 있다. 기필코 소유권도 되돌려 받을 것이다. 필사즉생이다.

 

 

 

평택 대추리에 살면서 주민들과 함께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온몸으로 저

항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가 3월 6일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강제수용 조치에 맞섰던 과정에서의 소회 글을 보내왔다. 황새울편지 13호다.

문정현의 황새울편지는 <코리아포커스> ‘평택 10만의 불꽃, 바람, 그리고 평화’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