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에서 걸어서 한나절 걸어 오가며 논을 일구다 한평생을 늙으신 할머니가 계신다. 며느리가 논과 집까지 다 팔아 돈까지 찾아갔다. 마을을 배신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노인정에도, 매일 나가던 촛불집회도 나가지 못한다. 혼자 생각에 외톨이가 되었다. 기가 죽은 얼굴이시다.
주민들은 할머니의 사정을 다 알고 있다. 나무라기는커녕 위로한다. “저 할머니가 여기를 떠나면 이내 돌아가신다.” 주민들의 걱정이다. 다 팔아 마을을 떠난 할아버지가 계신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닭장 속에 못살겠다고 살던 곳에 날마다 와서 온 종일 서성거리다 사라진다.
지난 3차 평화대행진, “피땀 흘려 일군 거룩한 땅이다. 더러운 미군은 감히 들어오지 마라!”(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생색내기와 전쟁협박은 그만해라!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킨다!”(대한 불교 조계종 인천 불교회관) “주민동의 없는 강제적 토지수용반대! 미군기지 막아내고 생존권을 사수하자!”(노동자의 힘) 여기저기 붙어있는 구호들이다.
용역깡패, 전경을 동원하는 정부 앞에 크게 실망한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몸에 피가 마른다. 겁에 질린 얼굴들을 본다. 신발 끈을 바로 맨다. 주민과 끝까지 함께하리라. 그게 바로 행복이다. “휘발유를 길에 뿌리자. 미리 뿌려야 바닥에 스미지.” 답답한 가슴에서 나온 주민의 절규다.
경찰은 우리 모두의 진을 빼고서야 작전을 개시한다. 불안, 초조를 풍물소리가 가라앉힌다. 잡히면 체포, 구속되겠지.
다짐 끝에 초조한 마음은 가라앉는다. 주민의 정당성도 그때 드러나리라. 권력자들은 그때 부끄러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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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대추리에 살면서 주민들과 함께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온몸으로 저
항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가 3월 6일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강제수용 조치에
맞섰던 과정에서의 소회 글을 보내왔다. 황새울편지 13호다.
문정현의 황새울편지는 <코리아포커스> ‘평택 10만의 불꽃, 바람, 그리고 평화’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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