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전 총리가 지난 19일 영국 <비비시방송>에 나와 “이라크는 내전 한복판이다. 전국에서 매일 평균 50-60명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것이 내전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게 내전이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친미 인사인 알라위의 이런 말은 이라크가 내전상태임을 한사코 부인하고 있는 미국 영국 정권 담당자들에게는 기분나쁘고 당혹스런 얘기다. 그 전날 바그다드를 방문한 존 레이드 영국 국방장관은 “현상을 내전이라 하는 것은 테러리스트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고 극언했다. 국제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감행한 그들은 개전 3년이 지나도록 이라크에 ‘자유와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은커녕 갈수록 ‘제2의 베트남전’ 소리만 높아가는 현실에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국내 골수 친일파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9·11사태 뒤 일본 해상자위대 보급함의 인도양 파견과 육상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또 상찬하면서 미일동맹 강화론을 강조했다. “핵무기 보유를 제외하면 정보의 공유 등 안전보장의 모든 면에서 (미국한테) 일본은 (유럽에서의) 영국과 같은 존재가 됐다.” 그는 2000년 10월에 내놓은 ‘아미티지 보고서’ 속편을 다음달 말쯤 발표할 예정인데, 미일동맹을 미국 아시아전략의 기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한층 더 강조할 모양이다.
이라크전 평가는 여러가지로 엇갈릴 수 있으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개입이 이라크를 결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애초 국제사회의 우려대로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로 귀착될 가능성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침공을 주도한 미국이야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라야 부시 정권 선거패배 정도겠지만 이라크는 당분간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나라 전체가 만신창이가 됐다.
이라크 침공에 앞장선 것은 미국과 영국이었다. 아미티지가 일본이 아시아의 영국이 됐다고 평가한 것은 이라크 침공과 같은 미국의 지구규모(글로벌) 대외 군사개입에 일본이 영국처럼 앞장서 동참할 태세가 완비됐음을 알리는 거나 같다. 아미티지와 같은 미국 전략가들에게 한국정부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일본의 영국화를 마무리짓는 잔손질과 같은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부속기관이나 부품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미일동맹에 대한 종속성을 조금이나마 벗겨줄 것이라는 믿음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론스타의 천문학적인 외환은행 투기 차익 같은 게 그 대가라면 아예 거부하는 게 옳다.
1902년 1월의 영일동맹과 1905년 8월의 제2차 영일동맹은 우리의 운명을 돌려놓았다. 그들이 1백년 뒤 다시 미국과 손잡고 벌이고 있는 불길한 놀음에 장단맞춰줄 까닭이 없다.
[한겨레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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